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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07 14:20
"시간 투자·열정 필요… 스펙 노리고 덤볐다간 낭패 보죠"
 글쓴이 : 수능일번지
조회 : 426  

논문 작성 '무한도전' 고교생 3개 팀
관심 분야 뉴스 읽다보면 주제 떠올라
시행착오 겪으며 성장… 값진 배움 얻어

고교생이 논문을 작성한다?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 속에 내신 준비와 비교과활동 이력 쌓기에 여념 없는 대다수 고교생에겐 엄두도 내기 힘든 얘기다. 더욱이 적지않은 고교생 대상 논문 대회가 '과학고·영재학교 재학생'으로 출품 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그 외 고교에 다니며 논문 작성 기회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보란 듯이 극복하고 완성도 높은 논문을 잇따라 선보이며 학계를 놀라게 하는 고교생도 있다. 맛있는공부는 "주어진 게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치열하게 연구할 수 있었다"는 고교생 3개 팀을 만나 그들의 '고군분투 논문 작성기'에 귀 기울였다.

 
-인천 가림고 학생들은“논문 작성의 최대 매력은‘단편적 지식 암기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배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장원준군, 이성은양, 정민근·강동우군. / 김승완 기자

 
◇'결과 조작'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뚝심 갖춰야

한윤호(서울 영동일고 2년)군은 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 공간을 구하기 위해 대학 교수들에게 무려 293통의 메일을 보냈다. 한군은 지난해 말 장정운(서울 충암고 3년)군, 류혜진(부산 해강고 3년)양과 공동으로 대기분석 모델링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연세대와 부산대 실험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장군과 한군이 준비 중인 논문은 경희대가 지원한다.

세 학생이 처음부터 논문을 쓰기 위해 모인 건 아니었다. 카이스트 IP영재기업인 교육원 출신이긴 했지만 기수가 서로 달랐던 셋은 우연한 기회에 온라인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중 뜻이 맞는 주제를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됐다. 비록 고교생 신분이지만 이들의 열정은 여느 대학(원)생 못지않다. 팀원 각자가 읽고 정보를 나눈 논문만 1인당 30편이 넘는다. 단편적 지식을 참조한 논문까지 합하면 1인당 100편 가까운 논문을 접한 셈이다.

한군은 "논문을 쓰다 보면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의 뜻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가끔 대입에 유리한 스펙을 노리고 논문에 관심 갖는 친구가 있는데 웬만하면 권하고 싶지 않아요. 논문 한 편을 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원하는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거든요." 장군은 "논문을 작성하는 순간만큼은 '과학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가 생각했던 대로 나오지 않을 땐 데이터를 조작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도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디어 발제' 중요… 일간지 기사 정독 도움

남정훈(서울 배재고 2년)군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단독 연구 논문('크라프트 펄프공정 중 발생하는 폐기물로부터 발생하는 리그닌 추출 및 리그닌우레탄 합성연구')으로 동상을 받았다. 남군에게 논문 주제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일간지 환경 기사였다. "종이를 생산하려면 리그닌이란 물질을 없애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액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과학 담당이셨던 담임 선생님과 그 얘길 나누던 중 '그 주제로 논문 한 번 써보라'고 말씀해주셔서 착수하게 됐습니다."

남군은 지난해 수상에 고무돼 얼마 전부터는 반 친구 박성원군과 새로운 연구도 시작했다. 이번 논문의 주제는 '조개와 갑오징어에서 키토산을 추출한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증식 억제 효능'이다. 이번에도 아이디어는 남군이 냈다. "한 번은 집에 있다 다쳤는데 약이 없었어요. 상처 치유법을 검색하던 중 '과거엔 갑오징어 가루를 상처에 뿌려 치료했다'는 글을 읽었죠. '(갑오징어에 들어 있는) 키토산 덕분에 가능한 일 아닐까?'란 가정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 관심사와 관련된 뉴스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훌륭한 논문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단편적 지식서 탈피… 발로 뛰며 얻은 결론 값져

장원진(인천 가림고 3년)군은 지난해 고교 후배 4명과 함께 '2012 추계지질과학연합 학술대회'(대한지질학회 주최)에 참가해 우수 포스터 논문상을 받았다. 수상 논문 주제는 '물 성분 변화를 통한 물 순환 과정의 이해'였다.

논문 작성 과정은 이들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성은(2년)양은 "이번 기회에 '좋은 논문이란 책상 앞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다'란 진리를 깨쳤다"고 말했다. "한여름에 산속 물을 얻기 위해 고생하며 산에 올랐는데 가뭄 때문에 헛수고에 그친 적이 있어요. 당시엔 힘들고 속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시행착오 덕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그 밖에 "대학 실험실의 도움을 얻어 고교 과학 시간엔 해볼 수 없는 실험을 해볼 수 있었던 게 좋았다"(정민근, 2년)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움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강동우, 2년)는 의견도 있었다.

장군은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단편적 지식을 넘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뜻깊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