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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18 04:49
[교육시론]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글쓴이 : 수능일번지
조회 : 706  

- ‘복잡계’ 대입이 가야 할 길


우리나라의 대입은 다양한 기능이 이면에서 상호작용하는 대표적 ‘복잡계’입니다. 게다가 국민들의 개인적 입장과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입시는 어려운 실타래를 적극적으로 풀어가기보다 적정 수준의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실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형 설계와 실행 단계의 공정한 관리입니다. 입시는 모든 당사자들의 이익이 상충되는 치열한 자리다툼의 무대입니다. 전형 설계 단계에서는 수험생을 선정하는 방식이 사회적 정당성을 지니도록 유념해야 합니다. 전국적 학업성취도에서 앞서거나, 주어진 환경에서 상대적 탁월성을 보이거나, 공부하려는 분야에 나름 준비를 잘한 학생을 뽑으면 일반적 선발 준거로서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습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부정 개입이나 사정원칙의 편의적인 적용을 차단해야 하며 선발준거에 맞는 평가과정을 운영하는 데 철저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형이라 하더라도 관리 차원에서 허점이 노출하면 전부를 잃는다는 점에서, ‘100-1은 99가 아니라 0’이라는 왕중추 교수의 디테일 공식이 대학입시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기본적 매니지먼트도 벅찬데 언제부터인가 대입에는 무브먼트(운동)의 특성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관리 차원에 더해 육성 차원을 아우르는 관점은 물론 대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취약점을 개선하려는 국가정책을 배경으로 합니다. 사정관제 도입이나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등은 역대 정부들이 정책을 통한 개혁적 운동에 얼마나 많은 무게를 실어왔는지 말해줍니다. 사회가 선진화되고 교육이 진정한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걸림돌로 작용해 온 대입을 미래 한국에 맞게 최적화 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관리로서의 입시는 대처만으로 충분하지만 운동으로서의 입시는 여러 가지 요소들, 예를 들면, 교육의 본질, 인재상 설계, 미래 비전 등 제반 요소들에 대한 연구와 검토,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운동으로서의 대입은 무엇을 위한 무브먼트인지 그 방향성에 대한 많은 고민을 요구합니다. 필자는 대입이 운동의 성격을 받아들인다면 그 초점을 국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각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학교-대학-사회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연계성은 자연히 대입을 냉정한 칼자루를 휘두르는 선발 기능보다는 무언가 되기 위해 나름 준비를 해온 학생들에게 그 꿈을 계속 이어갈 기회를 제공하는 계발적 기능을 중심에 두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만큼 운동으로서의 대입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까지 대입 제도에 대한 변화 모색은 대학, 학교, 학생과 같은 교육 주체들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교육내적 동인보다는 사회적 문제의 완화나 그 부작용에 응답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으로써 대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정책적 흐름에 매번 응답하느라 짙은 피로감에 쌓여 있고 한 때 자신감 있게 수용한 개혁들도 ‘복잡계’ 대입에 내재한 다양한 메커니즘에서 어느 듯 해답이 오답이 되어 있음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이제는 사회 문제는 지역균형선발전형 확대, 정시 비중 조정 등 입시 자체의 기능으로 해결하고, 입시제도에 대한 설계 및 개혁에 대한 논의는 근본적으로 교육적 본질을 기반으로만 진행되게 하는 개혁 논거의 우선순위제 도입을 검토할 때입니다.


입시제도의 변화가 의지해야 할 학교교육의 본질은 다음 세 가지라 생각합니다. 첫째,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기를 계발해 갈 기회를 두루 제공하며, 둘째,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성장과 발전이 일어나도록 적절한 자극을 가하고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도와주며, 셋째 이러한 과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제도적 투명성과 한결성을 유지함으로써 국민들의 내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 – 이러한 교육적 본질에 기반을 두는 입시 제도가 정착되면 공교육정상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와 자질을 갖추어 온 학생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대입제도가 연착륙하도록 운동으로서의 대학입시가 그 역할을 잘 마무리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