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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11 14:31
"자기소개서, 구체적 사례로 설득하라"
 글쓴이 : 수능일번지
조회 : 727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입시는 입학사정관제로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원의 83%를 수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서울대의 사례는 이미 상징성을 넘어섰다. 2008학년에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254명을 선발했던 것이 올해 4만7606명으로 6년 새 187배나 몸집이 커졌다. 자사고 특목고 등의 고교도 역시 입학사정관제의 고입 격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을 100% 실시한다.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는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자기주도학습전형)는 암기학습에 길들여진 교육현장을 생동감 있게 변화시켜간다는 측면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초해 입시현장에서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데서 긍정적 의견이 대세다. 핵심은 자기소개서(자기개발계획서). 서류를 통해 일단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다음 단계인 면접의 기회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대입 고입의 최전선에 있는 입학사정관과 입학담당관의 조언을 번갈아 연재한다.

▲ 권영신 성균관대 책임입학사정관

이번 호는 권영신 성균관대 책임입학사정관의 조언이다. 권 책임입학사정관은 국내에 입학사정관제가 본격 도입된 시기인 2009년부터 올해로 5년째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임입학사정관으로서 입학사정관전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전형기획 및 운영의 총괄을 담당한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98년부터 16년 간 성대에서 교육학 관련 강의를 진행해왔으며 덕성여대 명지대에서도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선발업무와 교수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데서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찰’이라는 경쟁력이 돋보인다.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일단 막막하다. 입력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시간에 쫓기어 어찌어찌 대충 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유의 깊이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자기소개서는 결코 하루아침에 뚝딱 써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숙성이 되어야 비로소 글로 술술 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는 미리 써보아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소재를 찾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오랫동안 고민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의 소재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고, 어떤 활동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하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마감시간에 임박하여 대충 쓴 자기소개서와 오랫동안 자신을 되돌아보고 활동을 꼼꼼히 정리한 자기소개서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자기소개서를 미리 준비하면서 자기를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무슨 거창한 대하소설을 쓰는 것으로 생각하여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고교생활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자기소개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한다.

<사례 1>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급회장과 도서부 리더로서의 역할과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으로서의 역할 사이에 충돌을 경험했습니다. 리더라는 부담감과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연히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는 항상 내 마음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하였으며, 정기적인 회의와 토론에 참여하여 리더의 역할에 충실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성적이 점차 향상되었으며, 교내에서도 자랑스런 OOO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리더라고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후략)

<사례 2>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수학과목을 잘하지 못했으며,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수학성적을 올려보기 위해 학원도 다녀보고 과외도 해보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수학을 극복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남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기초부터 다지기 위해 인터넷강의로 공부를 시작하였으며, 전체 공부시간의 80% 이상을 수학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지 4달 후 1학년2학기에 내신 한 등급을 올릴 수 있었고, 2학년 때는 그렇게 바라던 1등급을, 3학년 때는 드디어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수학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저의 의지와 도전정신에 자극을 받았으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후략)

어떤 글이든지 구체적인 사례 없이 추상적인 내용만 있을 경우 공감과 이해를 얻기 힘들다. 특히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 활동 내용, 학업 계획 등을 설득력 있게 이해시키는 글이어야 하므로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 1>은 리더로서의 역할과 고3 입시생이라는 역할 사이에서의 갈등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서술하고 있다. 글쓴이의 가치관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례 2>는 낮은 수학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노력의 결과와 그 이후 변화된 삶의 태도까지 언급하고 있다. 두 가지 사례 모두 특별히 눈에 띄거나 우수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술하여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례 3>

저는 제 주위에서 저보다 어려운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1학년 3월부터 2학년 7월까지 토요일마다 OO복지관에서 어르신 말벗되어드리기와 청소활동을 하였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 때는 OO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도시락배달 봉사활동과 OO도서관에서 도서정리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또 교내 봉사동아리인 OOO에서 매주 교내 화단정리와 청소 활동을 하였습니다. (후략)

<사례 4>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역사체험, 문화체험 등을 함께 했습니다. 역사캠프에서 1박2일 간 함께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교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었습니다. (중략) 이런 활동은 저에게 매우 뜻 깊은 활동이었으며,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기소개서에는 학생부에 이미 기재된 내용을 다시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다. 학생부에 짧게 서술되어 있는 내용 가운데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나 학생부에 서술되어 있지 않는 내용을 쓰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사례 3>은 고교시절 봉사활동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고 있다. 이미 학생부에 모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봉사활동을 강조하고 싶다면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활동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그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례 4> 역시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함께 한 여러 가지 활동을 계속 나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사용하는 어휘가 다소 막연한 경향이 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도움을 주었다’라는 표현 대신 그러한 이야기와 도움의 대표적이고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준다면 해당 활동의 의미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깨닫게 되었다’고 마무리하고 있는데, 정작 깨달은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해당 활동 과정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글의 맺음이 막연할 경우 해당 활동의 의미가 퇴색되어 전달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