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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8-01 12:46
정원도 못 채우는 부실대(大) 77곳<4년제 대학>… 세금으로 연명시키나
 글쓴이 : 수능일번지
조회 : 1,127  
여권 내 ''반값 등록금'' 추진 논란

年 5조 들여 등록금 지원 구조조정 않고 버티는 사학재단 배불릴 수도

23일 점심,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A대 학교 식당은 학기 중인데도 썰렁했다. 학생·교직원을 합쳐 100여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대학은 열악한 재정 상태와 부실한 학사 운영으로 몇 년째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A대는 1990년대 전문대로 설립됐고 몇년 지나지 않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정원의 50~60%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재단에서 학교만 세웠을 뿐이지 설립 후 학교발전을 위해 투자한 돈(재단 전입금)은 한 푼도 없었다. 학생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해오다 이사장이 학교 돈을 빼돌려 몇년 전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이 학교 교수들은 매년 가을 인근 고등학교를 돌며 "학생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학교 앞 식당 주인은 "학생이 있어야 학교지, 여긴 학교도 아니다"라며 "이런 곳에 나랏돈을 주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등 여권 일각에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부실 대학들을 놔둔 채 세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은 대학으로 장사를 하려는 일부 사학재단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경우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학들에까지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비(非)수도권 4년제 대학 126곳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은 65곳(51.6%)이나 된다. 수도권 대학까지 포함하면 77곳이 정원 미달이다. 입대(入隊)나 취업을 위해 휴학을 하는 학생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학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보기 어렵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해 이들 대학 재학생 29만8000여명에게 연간 500만원씩만 지원해도 연간 1조49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부실 대학들에 대해 교과부는 지난 2009년부터 단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50여개의 대학을 문 닫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 대학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구조조정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실 대학 정리를 위해 지난해 제출된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한 교육계 원로는 "부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여당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결국 부실 사학재단만 배 불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전국 350여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23곳을 부실 대학으로 간주해 신입생의 학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되면 연간 약 4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연간 7000억원)의 7배 규모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기 이전에 대학생 수를 먼저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를 줄이면 대학 등록금 지원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도 줄어들고 청년층의 취업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