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는 2014학년 대입에서 서강대가 인문 사회과학계와 커뮤니케이션학부의 논술고사에서 제시문으로 활용한 책이다. 2014 서강대 논술은 총 2개의 논제가 출제됐다. 논제1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제시문들에서 적절한 근거를 찾아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지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출제됐다. 800~1000자의 분량으로 전체 논술점수의 40%를 차지한 논제다. 논제2는 고등학교 <사회와 문화> 교과의 주요 주제인 ‘사회화’에 대한 내용을 질문, 교과서에서 직접 지문을 추출하거나 교과서에 예시로 사용된 성역할의 학습, 뉴기니아 원주민 이야기를 활용해 고교 교과과정의 연계성을 고려한 특징이다. 이해력 분석력 창의력을 종합평가하고자 했던 논제로 1300~1500자 분량을 요구했으며 전체 논술점수의 60%를 차지했다. 논제1과 논제2의 유기성은 없으며, 두 논제를 풀어내는 논술고사 시간은 총 120분이었다.
<생각의 지도>를 출전으로 삼은 논제2의 주제는 ‘사회화’로 사회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 가지 관점에 대해 한편의 입장에서 상대편의 입장을 비판하는 게 골자다. 논제는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는 인간 집단들 사이의 ‘차이’의 기원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제시문 (바)에서 언급하는 인간의 특징을 참조하여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를 두 입장으로 나누어 비교 요약한 후, 그 중 한 입장을 취해 다른 입장을 비판하라’는 것이었다. 익숙한 논제의 틀이다. 우선 (바)를 읽은 이후 나머지 제시문을 읽는 게 순서다. (바)의 특징을 기준삼아 나머지 다섯 개 제시문을 두 분류로 나누고, 이중 한 분류를 선택해 입장이 다른 나머지 한 분류를 비판하는 것이다.
제시문도 크게 어렵지 않다. 여섯 개 제시문 중 열쇠 역할을 하는 (바)가 교과서 출전이고, 나머지 다섯 개 제시문은 교양서 수준으로 굳이 읽어본 책이 아니더라도 쉽게 차이를 구별해낼 수 있다. (바)는 고등학교 교과서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출전이다. (가)는 이레이나 메코비의 <성 발달의 관점>, (나)는 제롬 케이건의 <정서와 기질>, (다)는 마가렛 미드의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라)는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마)는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에서 짧은 분량을 발췌했다.
(바)를 먼저 읽는 게 순서다. (바)에서 밝힌 인간의 특징은 ‘본능을 가진 존재’ ‘본능과 동시에 학문이나 예술과 같은 고등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존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화되는 존재’다. 이후에 (가)~(마)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 (다) (마)와 (나) (라)로 분류하는 게 맞다. 전자는 ‘인간의 사회화에서 환경적 요인이 핵심역할을 한다’는 관점이고, 후자는 ‘인간은 본능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 본능 역시 사회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다.
두 가지 관점을 비교요약하는 게 다음이다. (가) (다) (마)의 경우 ‘강화와 처벌’ ‘문화’ ‘생태지리적 요인’이라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사회화 기제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들 모두 환경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같은 논지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해야 한다. (나) (라)의 경우 유전과 환경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는 유전이 차이의 모든 것을 만든다는 결정론적인 시각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시작점은 유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결국 생물학적 요인이 특정 사회화 방식이 나타나도록 유도하며, 인간은 사회화 방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 존재이므로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입장과 더 가깝다.
어려운 건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 논리적으로 다른 입장을 비판하는 것이다. 어느 입장을 선택하는 상관 없다. 서강대는 ‘정답이 없는 논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측정하는 건 과정이다. 얼마나 논리적인가다. 얼마나 설득력 있고 창의적으로 하나의 입장을 지지하고 다른 입장을 비판했는지 본다. 다만 논제의 요구사항인 ‘인간 집단의 차이의 기원’이라는 기준 아래 논리를 펴야 한다.
서강대에 의하면 (가) (다) (마)의 관점을 수용할 경우 ‘문화적 힘은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혹은 개인의 힘)와는 질적으로 다른 힘을 가지고 있음’ ‘유전자는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묾’ ‘유전은 인간의 보편성을 설명하지만 집단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환경의 영향력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음’ ‘문화는 그 정의상 인간이 후천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 차이 역시 후천적인 요소로 설명할 필요가 있음’ ‘이 관점이 미시적에서 거시적 요인까지 보다 다양한 요소를 제시함’ 등을 피력하면 된다.
(나) (라)의 관점을 수용할 경우 ‘유전과 환경은 언제나 상호작용함’ ‘신생아도 다양한 능력을 보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요인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침’ ‘인간이 본능이 있다면 이것이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움’ ‘본능은 왜 특정 문화권에서 특정 사회화 과정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더 근본적인 설명의 틀을 제공해줌(문화의 차이나 경험의 차이는 현상의 ‘기술’이지 그 원인을 ‘설명’하지는 않음)’ 등의 논거를 세우면 된다.
서강대 논술은 상위 대학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교과서 수준의 제시문이지만 제시문은 단순히 요약하는 수준을 떠나 유기적으로 엮어 논리력을 세우는 게 중요한데 하루 아침에 실력을 맞춰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논술공부를 위해 사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평소 자투리시간을 활용, 책을 많이 읽고 한자어휘 이해를 통해 기본기를 닦는 게 중요하다. 서강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탑재된 최근 3년간의 기출문제(모의논술 포함)를 스스로 풀어보려 노력한 이후, 역시 탑재된 논술가이드북과 출제위원장들의 동영상 논술특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 노력하는 학습방법을 추천한다. 예시답안과 비교해 핀이 어긋나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본다. 모든 공부가 그러하듯 왕도는 없다. 스스로 실력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게 길이다.